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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Full of happiness hospital, Dr. Jeong's Child Psychiatric Clinic

[좋은생각 행복편지] 일상 생활의 공유 경험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4-12-30 11:56
조회
562
http://www.imaeil.com/sub_news/sub_news_view.php?news_id=15556&yy=2012#axzz3NLQsyeN3

[좋은생각 행복편지] 일상 생활의 공유 경험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대학 신입생 환영회와 관련된 안타까운 사건이 있을 정도이니 1970, 80년대는 그런 현상이 신입생 환영회 문화라 해도 될 정도로 광범위한 시절이었습니다. 환영회로 시작해서 대학 시절 내내, 그리고 군 생활과 그 후의 사회생활을 포괄하는 큰 흐름을 보면 모든 모임과 만남은 격렬하게 감정을 교류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었습니다. 당시의 정치적 상황을 떼어놓더라도 그 시절에는 사람 사이의 감정 충돌, 감정 과잉, '우리가 남이가' 식의 경계를 무시하는 친근함이 근간을 이루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카니발식 축제 한마당이 아니면 모임이 아닌 시절이었고, 그런 식의 만남이 삶을 지배했다 할 수 있습니다.
몇 년 전 어느 선배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왜 요즘 모임은 이렇게 맹숭할까? 과거에는 기억에 남을 만큼 화끈해서 아직도 그때 일이 생생한데…." 나는 이 말이 당시 문화를 잘 상징하는 말로 들렸습니다. 억지로 마신 폭탄주조차 자주 마시다 보면 어느새 다른 술맛이 밋밋하게 느껴져 약한 술 자체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인상을 받는 것과 비슷한 느낌 말입니다. 카니발식 모임에 장점이 없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카니발식 충돌이 아니면 모임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거나 인간의 정이란 그런 모임을 통해 끈끈해질 때만 가능하다는 인식을 남기는 것이 단점이라는 것입니다. 그런 문화를 자주 경험하다 보면 일상생활은 '밋밋맹숭'하고 가능하면 줄여야 할 무엇 같은 느낌을 갖게 됩니다.

우연히도 며칠을 집에서 집안 대청소를 하며 보낸 어느 날, 저녁 식사 후 내가 팔을 걷고 설거지를 하고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전혀 하지 않던 행동이었지만, 최근 며칠 연이어 해보니 식기를 씻는 것도 기술인지 손에 익은 느낌이 들었고 익숙해진 그 느낌을 즐기면서 손을 움직이던 순간, 나도 모르게 멍하니 물 흘러내려가는 개수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랬구나. 내가 그런 생각으로 살아왔구나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일상생활이란 할 필요가 없는, 줄이고, 회피해야 하는 어떤 것이란 생각을 나도 모르게 갖고 살았다는 자각 말입니다.

'인류 역사는 가사에서 해방되는 역사'라는 말을 나는 좋아합니다. 나 자신도 일상생활의 기계화를 외쳤고 또 최선두에서 실천에 옮겨왔습니다. 그 말이 논리적으론 타당해서 말입니다. 학창 시절에는 공부한다는 명목으로, 사회생활에서는 직장생활과 대인관계 명분으로 학회활동, 선후배 관계, 연구, 공부, 회식 등 무수한 이유로 일상생활을 멀리했습니다. 일상생활을 하는 순간조차도 책을 읽거나, 컴퓨터를 하거나, TV를 보거나 내 식의 일상생활을 해왔다는 자각이 개수대로 흘러드는 물을 보며 떠올랐던 것입니다. 나 스스로가 어느새 카니발식 모임에 익숙해져 일상생활을 즐기고 공유하는 시간을 멀리해왔다는 깨달음이 이렇게 불쑥 찾아왔습니다.

남자가 집안일을 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집에 있는 동안에도 가족 일과 아무 상관없는 시간을 보내게 되면 공유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가족과 함께 있어도 가까워지지 않는 그런 시간이 될 것입니다. 휴일날의 풍경이 엄마는 밥하고 설거지하고 집안 청소하고, 아이들은 공부하며, 아빠는 TV를 보거나 컴퓨터를 하는 모습이라면, 서로 공유하는 경험이 빠진 일상생활이 아닐는지요? 같이 청소하고 설거지하고 요리하고 공부하는 과정에 일상생활의 기쁨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나는 지금껏 이 공유 경험을 버려두었다 싶었습니다.

얼마 전 길을 걷다가 고 리영희 씨의 글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시골로 떠난 여름휴가 때 사춘기 아들이 가져온 라디오를 보고 자본주의의 영향을 시골까지 가져왔다며 아들을 심하게 꾸중했는데, 나중에 아들이 군에 가며 전해준 편지 내용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는 내용입니다. 꾸짖을 당시에 아들에게 자신이 악마같이 느껴졌을 거라는 안타까운 아버지 심정을 고백하는 글이었습니다. 가족과 일상생활을 공유하기 어려운 시대를 살았고 공유할 줄 몰랐던 아버지들의 불행한 후회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병원을 방문한 아이들의 정서적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부모와 자녀 사이에 정서적인 끈이 너무 약해서 치료 기간이 길어지는 일을 자주 겪습니다. 정서적인 끈이 약한 이유이면서도 끈을 튼튼히 할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만 선택하라면 아마도 일상생활을 공유하는 경험을 하라는 조언일 것입니다.

부부, 부모-자녀 사이에 비난, 간섭, 잔소리, 교육과 같은 '말을 매개체로 한 공유'를 잠시 뒤로 하고, 가정의 일상생활을 함께하는 '행위를 공유'하는 경험을 느껴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정성훈/경북대병원 교수·정신건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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